운전사의 우려 대로 길은 미끄러웠다. 회색의 눈은 우리를 곱게 보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 몇 번을 미끄러지고 또 몇 번을 뒤로 밀려나면서 우리는 힘겹게 전진했다. 양 옆으로는 조마조마하게 행인들이 지나다녔다. 나는 손잡이를 꽉잡고는 놓지 못했다. 불안했다. 힘겹게 평지에 다다랐으나 이 고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목적지까지는 이런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 차례나 남아있었다.
운전사는 고수인 듯했다. 그는 어떤 난코스도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갔다. 그의 조작에 따른 기어의 움직임은 화려하다 못해 신기에 가까웠다. 나와 동갑이라는 그는 이미 10 년에 가까운 운전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손잡이를 놓을 만큼은 아니었다.
내리막이 끝나고 다시 언덕길이 시작될 참이었다. 운전수는 기어를 바꾸고는 다시 언덕을 오를 준비를 했다. 그때 언덕 정상에서 부터 기이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눈이 채 녹지 않은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내려오는 전동휠체어를 본 일이 있는가?
젊은 여성인 듯했다. 머리가 길고 하얀 얼굴이었다. 자주빛의 목도리를 착용하고 베이지색의 두툼한 점퍼를 입고 있었다. 하의는 확인 할 수 없었으나 붉은 계열의 UGG 부츠가 눈에 띄었다. 그녀 역시 고수인 듯했다. 회색의 눈더미과 물 웅덩이가 부비트랩처럼 어지럽게 깔려있었지만 그녀는 날쌔게 피하며 전진했다.
그녀는 영화처럼 다가왔다. 아니 영화보다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녀는 지체장애인인 듯했다. 아래로 떨궈진 고개하며 과하게 올라간 오른쪽 어깨하며 밖으로 굽은 팔과 꽈배기처럼 꼬인 손가락들이 그녀의 상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꽈배기처럼 꼬인 손가락으로 전동휠체어의 운전 막대를 능수능란하게 조종했다.
"병신같은 년이 오늘 같은 날은 집에나 있을 것이지!"
운전수는 그녀를 확인하고는 욕지거리를 쏟아냈다. 운전수는 긴장한 듯했다. 그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번갈아가며 운전수와 그녀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닌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우릴 확인했다. 그리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길 가로 전동휠체어를 세우고는 다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 때 쉴새 없이 욕지거리를 해대던 운전수의 입이 멈추었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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